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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홍]숲속의 낮과 밤, 그리고 ‘오래된 미래’ 안치홍전 ‘울림(鬱林)’ 숲속의 낮과 밤, 그리고 ‘오래된 미래’ 이 태 호(경희대 미술대 교수/미술비평) 1. 숲속의 낮과 밤작가 안치홍의 이번 전시 ‘울림(鬱林)’은 특별하다. 우리에게 특별한 체험을 하도록 유도한다. 그는 도시 한가운데에 숲을 옮겨놓고 있다. 그 숲은 우리가 흔히 산속에서 만나는 것과는 다른, 기이한 숲이다. 그 숲이 있는 전시장 실내의 전등이 약 3~4분의 간격으로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한다. 그래서 관람객은 그의 전시 작품 앞에서 ‘낮과 밤’을 체험한다. 우리는 밝은 햇빛 아래에서의 숲, 그리고 갑자기 그믐 즈음의 어두운 밤의 숲, 그 한가운데에 서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작가는 거의 반강제적으로 우리에게 그 체험을 하도록 유도한다. 무엇 때문일까? 그런 공간과 시간을 .. 더보기
[강덕봉]Movement of Speed Movement of SpeedOh Yun-jeong (Art critic)• Accelerando in progress The speed of our lives, in which the rate of progress and change has become increasingly rapid, encourages us to race stealthily yet passionately towards the enlightened path. This sophisticated speed leads us to yearn for that which is perceived as being ‘further’ beyond the horizon, and to never cease in our race towards the p.. 더보기
[강덕봉]속도의 무브먼트 속도의 무브먼트오윤정 (미술비평)• 아첼레란도의 진보속도 ‘점점 빠르게(accelerando)’ 진보하는 삶의 속도는 우리를 계몽된 지표로 질주시키기 위해 내밀하고 격정적인 독주를 지휘한다. 이 세련된 속도는 우리에게 지평 너머 ‘더 멀리’를 동경하게 하며, 그 미래를 위해 ‘더 높은’ 생산성으로 ‘더 빨리’ 질주하게 한다. 그러나 가까이 갈수록 점점 더 멀리 달아나는 속도의 완급법(緩急法) 속에서 우리는 하이데거(Martin Heidegger)가 『존재와 시간(1972)』에서 표현한 것처럼, ‘가장 가까운 일상의 시급한 일들과 가능한 일들에 푹 빠져 있기에 곧 들이닥칠지도 모르는 것들에 대해서는 숙고할 시간이 없다.’ 빠듯한 속도의 질주 속에서 열광적인 존재들에게 “정지는 죽음이다.” 속도에의 매혹과 .. 더보기
[서영덕]서영덕의 중독, 혹은 감염 서영덕의 중독, 혹은 감염 젊은 조각가 서영덕의 관심은 인체다. 인체에 대한 탄탄한 조형적 이해와 관심을 기본으로 세상이야기를 담아내고 풀어낸다. 연출을 통해 이야기를 설명적으로 전달하기보다는 조형화된 인물들의 동세와 표정을 통해 미루어 짐작케 한다. 사람 사는 세상이야기를 사람 형상을 통해 전하고 있는 것이다. 조각이든 세상이야기든 그에게는 사람이 기본이요, 중심이다. 작업을 관통하는 모티프 역시 사람이다. 다양한 이야기와 이런저런 표정의 사람이 만들어지는 서영덕의 산실(産室)에는 크고 작은 인체 형상이 가득하다. 두상, 입상, 흉상, 토르소 등 다양한 형식과 포즈의 남녀조각상들이 망라되어 있다. 서영덕의 인체에 대한 조형적 관심이 깊고도 넓음이다. 대부분이 누드 조각상인 이들은 모두 힘들다는, 이른바.. 더보기
[서영덕]Addiction or Infection of Young-Deok Seo Addiction or Infection of Young-Deok Seo What a young artist Young-Deok Seo concerns is the human body. He offers and narrates stories based on substantial understanding and concerns about formation. The stories are inferred by molded motions and expressions of characters rather than conveyed by elucidative presentation. He is delivering stories of people’s lives through human figures. For him, .. 더보기
[강덕봉]사람을 사람다움으로 바라보게 하는 힘 사람을 사람다움으로 바라보게 하는 힘 이 섭(전시기획자)이 섭(전시기획자) 사람의 형상은 그 자체로 오랜 예술의 표현 대상이었다. 지금도 이 형상의 매력은 많은 예술가들의 예술적 결단으로 재탄생 하고 있다. 누구라도 형상이 주는 이미지의 서술을 이해한다. 서있는 사람, 달려가는 사람. 그것을 그것으로 파악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럼으로 우리는 하나의 질문을 가지게 된다. 예술가들은 왜 그처럼 한 눈에 파악되는 형상을 반복해서 사용하는 걸까? 많은 예술가들이 왜 같은 형상에 매료되어 있는 것일까? 사람의 모양은 사람의 모양임에도 불구하고 제 각각 예술가들에게 있어 이야기를 담아내는 또 다른 서사구조로 작용하는 것일까? 물음의 내용은 어느 한 작가가 제작해 놓은 사람의 모양을 가진 그 결과에 걸린 내포와 .. 더보기
[평론]강성훈_동선(銅線)으로 구축한 매스와 공간의 세계 동선(銅線)으로 구축한 매스와 공간의 세계 글ㅣ홍경한(미술평론가) Ⅰ. 조각의 본질을 이루는 기본 요소는 매스(mass)에 한정되지 않는다. 공간과 구조가 개입될 때 비로소 조각성을 명징하게 옹립한다. 이 가운데 매스는 기본적으로 하나의 덩어리, 이미지조합을 넘어 작가가 전달하고자하는 조형언어-메시지의 몸체에 해당한다. 그리고 공간은 그 언어를 형상이라는 거푸집에만 머물지 않도록 확장 유도하는 비가시적 무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구조(structure)란 매스와 공간을 잇는 브리지(bridge)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여타 조각들이 그러하듯, 강성훈 작업에서 역시 조각성을 뒷받침하는 이 세 가지 알고리즘이 가장 원만하고 자연스럽게 호흡해야 제 기능을 다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강성훈의 작품은 해.. 더보기
[평론]강성훈_바람과 함께 나타나다 바람과 함께 나타나다 이선영(미술평론가) 강성훈의 작품 속 동물들은 바람처럼 자유롭다. 그것들은 중력에 얽매인 둔중한 무게를 떨쳐내고 대기를 가르며 나아가며, 미세한 주름들의 뭉침과 풀림을 통해 바람의 원소로 흩어지기도 한다. 전시부제인 ‘windymal’은 windy와 animal의 합성어로, 바람과 일체화된 상태를 강조한다. 그의 작품에서 동물과 바람의 결합은 외적이거나 기계적이지 않다. 다한증이 있는 작가에게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며, 바람을 맞고 있는 동물들에게서 몸 속 깊은 곳으로부터 발원하는 쾌가 감정 이입된다. 언제나 인간과 비유될 수 있는 동물들의 굴곡진 근육 형태 안팎으로 흐르는 바람을 금속선의 흐름으로 가시화 한 것이 그의 조각이다. 이 자유로운 바람의 존재들이 .. 더보기
[평론]강성훈_The World of Mass and Space Constructed with Copper Lines By Hong Kyung-han, Art Critic I. Mass is not the only elemental factor included in sculpture. When a sculpture involves space and structure, its sculptural quality becomes obvious. Mass is basically a formative language – the body of a message an artist tries to convey beyond a mere combination of images. And, space can be an invisible stage on which the artist induces the language beyond the mo.. 더보기
[전시서문]김병철_배고픈 사람들 김병철 배고픈 사람들 전시 서문, 김병철의 조각에는 사람이 있다. 저마다 이름표를 하나씩 받아 들고 홀로 서 있거나, 군상을 이루며 뒤엉켜 있다. 가을 이 맘 때면 그들은 전시장으로 나들이를 한다. 작가는 그들을 데리고 이제 아홉 번째 외출을 힘든 발걸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외롭고 지친 작가의 모습 앞에 가을 하늘은 청명하고, 나뭇잎은 하염없이 예뻤다. 그냥 돌아가는 세상에서 그냥 돌면서 실면 그만인 것을, 궤도를 벗어난 작가는 저만치 떨어져 물끄러미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또 그 속에 갇혀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을 새기고 있다. 첫 개인전 때부터, 그의 작품을 앞에 두고 평 아닌 평을 몇 차례 써왔다. 작가에게 있어서는 다양한 비평가의 평을 받고 다양한 시각을 제공받는 것이 최선일 테지만, 미안하게도 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