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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모순과 위장의 '철' 없는 사회 풍자와 고발.. 철 조각가 성동훈 개인전

출처 : http://m.media.daum.net/m/media/culture/newsview/20150615211435587
경향신문

철 조각가 성동훈(47)은 지난해 대만에서 작업하던 도중, 세월호 침몰 소식을 접했다. 너무 안타깝고 슬펐던 그는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의 마음을 담아 ‘검은 통곡’이란 작품을 만들었다. 꼬리부터 거꾸로 매달린 상어의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다 했더니, 바로 뒤집힌 세월호 모양이다. 거친 질감의 철로 만들어진 상어의 배, 즉 세월호 선실 쪽에는 하얀 바탕에 노란 리본이 그려진 도자기 구슬 304개가 촘촘히 박혀 있다. 육중한 무게가 건네는 섬세한 위로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지난 12일 사비나미술관(서울 율곡로)에서 개막한 성동훈 개인전 ‘가짜 왕국(Fake of the Kingdom)’은 진짜와 가짜가 뒤섞여 무엇이 진짜인지 알 수 없는 현실, 모순과 위장이 난무하는 사회를 고발하는 조각 17점을 선보이고 있다. ‘검은 통곡’처럼 가짜가 빚어낸 우리 시대의 참극을 직접적으로 다룬 작품도 있지만, 대부분의 작품은 사슴·기사·불상·말·코뿔소·거북 등 우의적 소재를 형상화하면서 철과 도자기처럼 성질이 다른 소재를 함께 사용하는 이종접합을 통해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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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추모 작품 ‘검은 통곡’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소재는 철 슬러지다. 철 제품을 생산한 뒤 용광로에 남아 있는 찌꺼기로, 부서진 철판 같은 형태도 있으나 대개 현무암이나 기암괴석의 질감을 갖는다. 지난해 대만 동호철강 파운데이션 지원대상으로 선정돼 현지에 체류했던 성 작가는 50t의 철 슬러지를 작품 재료로 기증받았다. 여기에 십수년 전 공군사관학교에 독수리 조각을 세워주면서 얻은 2대 분량의 폐·추락 전투기 부품, 이천도자재단 및 강진도자기연구소와 공동 개발한 강도 높은 청자 재료 등을 이어붙여 조각품을 만들었다.

2t짜리 대작인 ‘코뿔소의 가짜 왕국’의 경우 철 슬러지를 용접해 만든 코뿔소 몸통에 머리는 청화백자 구슬로 박았고, 그 위에 올라탄 사람 형상의 몸통은 전투기 부품에다 머리는 보라색 플라스틱 구슬로 처리했다. 과학의 결정체이면서도 생명력을 다한 비행기 잔해(몸), 아름답지만 가짜인 구슬(머리)로 이뤄진 인간은 가짜 욕망에 시달리고 지친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백색 왕국’이란 제목이 붙은 사슴 조각의 뿔은 철, 몸은 청화백자 구슬로 돼 있다. 상반된 물성의 조합을 통해 전통과 현재, 진실과 위장의 혼재를 보여준다는 취지다.

성 작가는 몇 년 전부터 중국, 대만, 인도 등지에 머물며 현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해당 지역 소재를 끌어들여 작업해 왔다. 2010년 바람에 의해 소리를 만드는 ‘소리나무’ 조각을 대만 카오슝에 설치했는데 이것이 지역 명물이 되면서 인기작가 대열에 올랐다. 7월12일까지. (02)736-4371

<한윤정 선임기자 yjha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