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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전시서문, 평론

[양승재]거짓말

거짓말 (양승재조각전) 

언제나 사랑할거라고 서로에게  약속했었던 적이 있었다.



<서 문>



거짓말 


-필연적 존재이유에 따라 보이는 대로 형상을 만들어 간 한 조각가의 고백 : 조각가 양승재의 첫 개인전에 부쳐- 


마치 살아있는 것 같이 섬세함이 돋보이는 사실적 묘사와, 감정의 흐름에 따라 자유롭게 채색된 표현주의적 면모가 함께 공존하는 조각가 양승재의 작업은 희로애락을 느끼는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는 인체를 마주한 작가의 감성적인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


양승재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거짓말>이라는 제목으로 남녀 간의 사랑을 중심으로 한 인간 감정의 덧없음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다. 특히 4~5년에 걸친 오랜 시간동안 작업을 고치고 다듬고 매만지는 가운데 작가 개인의 감정변화 즉, 감정의 생성과 소멸 그리고 작품으로 승화되는 일련의 과정이 녹아들어 있는 작품들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여기에 작가가 걸어온 삶의 여정에서 겪은 여러 관계 속에서의 기억과 아픔 그리고 조각가로서의 자부심과 열정이 함께 녹아들어 시각화 된 한 작가의 독백이자 진솔한 고백이기도 하다.


작가는 조각을 처음 접하면서부터 아카데믹한 사실적 표현을 최대한 깊이 있고 완성도 있게 실현해보고자 하는 욕망을 품고 작업을 진행해왔다. 어려서부터 자연 속에서 성장해온 작가는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형태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터득한 덕택에, 아는 대로가 아닌, 작가의 직관과 느낌에 따라 보이는 그대로의 자연을 묘사할 수 있는 힘을 발휘하고 있다. 자연을 관찰하고 작업으로 연결하는 자신의 방식에 대해 작가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어려서부터 풀이나 나무 등 자연의 모든 생명체가 자라나는 데는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어 보였다. 

자연스러운 것, 거기에는 늘 어떤 이유가 존재했다. 

그래서 나의 작업은 비슷하게 보이는 것에 머무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맞을 때까지,

다시 말해 필연적인 존재 이유가 찾아질 때까지 계속 되어야 했다.

나에게 있어 조각은 단순화된 조형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만이 아니라,

가장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 인간의 솔직한 내면을 끄집어내어 

그 극단까지 표현해내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극도로 사실적으로 다가오는 동시에 격정적인 감정을 통한 표현적인 요소들이 혼재해있다. 특히 사랑의 상처로 인한 인간의 고통을 혈액이 배어나온 듯한 피부색으로 채색해가는 표현은 조각을 칠해나가면서 자연이 만들어주는대로 스스로 발색이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감정이 생성, 소멸, 승화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제시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거짓말>을 주제로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 보이고 있다. 남녀 간의 사랑에서 행해지는 온갖 맹세와 약속, 믿음이 한 순간에 배반과 증오, 불신으로 뒤바뀌면서 겪게 되는 인간의 아픔과 상처를 주제로 인체 작업을 진행하면서 작가는 조각가로서의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다시금 확인하는 재정립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 작가 자신의 얼굴을 모델로 한 <우월한 의지>는 자연의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모습과 이상적으로 추구되는 바를 한 몸에 표현함으로써 우리가 바라보는 세계의 진실과 거짓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시에 한 조각가로서 하나의 껍질을 벗고 성장해가는 조각가 자신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가면을 쓴 여인의 배경에 숯으로 표현된 남자의 얼굴, 완벽하게 표현된 여체를 한 다리로 받쳐 지탱해주고 있는 일그러진 남성의 몸,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버려진 자의 모습에는 모두 조각가 자신의 모습과 고통의 감정이 투영되어 있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의 감정과 상처를 작업을 통해 정화하고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한 조각가의 창작에 대한 열의와 애정을 읽어낼 수 있다. 


조각가 양승재는 이번 전시에서 관객들에게 <거짓말>이라는 단어를 제시하였다.

사랑의 거짓말,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거짓말, 인간의 말과 감정의 거짓됨...그 거짓됨은 거짓인가 사실인가? 조각의 모든 전통적 재료를 제시하는 듯한 그의 작품들 역시 겉과 속이 다른 거짓말을 하며 우리 앞에 서있다. 작가 양승재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거짓말은 우리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거짓과 진실이 정녕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게 한다.



정수경(인천가톨릭대학교 초빙교수, 미술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