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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조각페스타 2014

[박민섭]









































조각페스타 2014, 조각가 박민섭


고충환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아님 미처 태어나기 전부터 살아남기 위해 경쟁하고 투쟁해야할 숙명적이고 운명적인 환경  내던져진다(생존게임). 하이데거라면 이미 결정화된 세계 내에 내던져진 존재라고 했을 것이다그에게 투쟁이라  말이 어떤 의미며 비중을 가지는지 알겠다투쟁이란 말하자면 이처럼 이미 결정화된 세계와의 투쟁이며 이를   존재를 획득하기 위한 투쟁인 작가는 이런 생존게임을 밥숟가락 끝에 꼬리처럼 매달린 젓가락으로 표상되는 정자들이 무쇠 솥으로 상징되는 난자를 향해 우르르 몰려가는 형국으로 풀어냈다존재는 그토록 이나 태어나고   것일까그렇게나 태어나기를 욕망하는 것일까모를 일이다헛되고 헛되니 만사가 헛되다고 성경은 말한다 어나지 않았더라면 일어나지도 않았을 일이다.

그렇게 성인이  그의 삶은 고단하다(젊은 날의 초상). 지하철에 몸을 실은 그의 졸음이 모처럼의 단잠인지는 모를 일이나,그단잠이현실로부터의이탈을감행하게해줄만큼깊은잠은아닐것이다.그리고마침내그는적어도외 관상 보기에  현실로부터의 일탈에 성공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만큼 깊은 잠에 빠져든다(무거운 ). 신문인  거적인지 모를 홑껍데기를 덮고 무거운 잠에 빠져든다그에겐 현실이 무겁고 신문마저도 무겁고 심지어는 잠조 차도무겁다.그렇게무거운잠곁으로현실이무너져내린다.현실이무너져내리고잠이무너져내리고꿈이무너 져내린다.그렇게무슨액체나되는것처럼허물어져내리는현실이흡사초현실주의그림같다.혹그에겐현실이 이미 초현실인지도 모를 일이다그에게 잠은 꿈을 꾸기 위한 구실이라기보다는 그래서 현실로부터의 일탈을 감행 하게 해주는 구실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현실을 강화시켜주고 재확인시켜주는 계기처럼 보인다.

이처럼 박민섭의 조각은 지난한 삶의 현장이며 일상을 살아내는 지금여기의 보통사람들의 초상을 그려 보인다 실체며 처지가 손에 잡힐  생생하다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노숙자 문제나 청년실업 문제와 같은 당면한 사회적 문제의식들을 전투적이기보다는 살갑게 때론 상징적이면서 서정적으로 그려낸다그렇게 익명인   무명인으로 표상된 그들은 사실상 누구라도  수가 있어서 쉽게 공감을 자아낸다그렇다면 이런 공감의 힘은 어디서 어떻게 유래한 것일까 공감의 힘을 지지하는 인문학적 배경은 무엇인가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사실주 의와 현실주의 미학일 것이다주지하다시피 사실주의는  실체가 손에 잡힐  세세하고 생생한 묘사로 나타난  식적이고 방법적이고 기술적인 측면을 지시한다이에 비해 현실주의는 현실에 대한 실천적 참여로 나타난 의식의 문제를 의미하고 세계에 대한 태도며 입장과 관련된다작가의 경우에 이런 사실주의와 현실주의가 마치 종합을  루듯  몸으로 실현되고 있어서 보기에 편안하고 무리가 없고 자연스럽다그러면서 삶의 현장이며 일상에서 채집  사람 사는 모습을 사회적인 문제의식의 지평으로 확장시키고 존재론적인 자의식의 층위로까지 심화시킨다.

이처럼 사실주의와 현실주의 미학은 작가의 조각을 지지하는 방법론이며 인문학적 배경이 되고 있다 배경에  입어 작가는 근작에서도 역시 보통사람들의 다양한 일상의 면면들을 형상화하는데이번에는 그저 보통사람들 대신  시대를 살아가는 아버지들의 초상을 주제화해 문제의식의 폭을 구체화하고 한정했다아버지들 역시 보통사람들 인지라아버지속에보통사람이녹아들어있는경우로보면되겠다.그동안청년기를지나결혼을하고그자신아 버지가  작가의 개인사와도 무관하지가 않을 것이다그러므로 작가가 그려 보이는 아버지의 초상은 작가의 아버 지이면서 작가 자신이기도 하고우리 모두의 아버지이면서 우리 자신이기도 하다보통사람들의 초상이 쉽게 공감  얻었듯 아버지들의 초상 역시 쉽사리 공감을 자아낸다주관이 객관을 얻고 특수가 보편으로까지 확장되고 심화  경우로 보면 되겠다.

이렇듯 작가의 조각 속에서 아버지들은 오늘도 어김없이 출근을 한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어제와 다를  없는 또다른하루며일상을산다(또하루).일일이표현을하지는않지만일상을사는것은녹녹치도않고피곤한일이 삶은 마음대로 은퇴할 수도 없는 것이어서(맞짱여하튼 버텨보는 수밖에(버티기). 때로는 한탕을 노리고 대박을 꿈꾸기도 하고(쩐의 전쟁), 이따금씩은 현실로부터의 일탈을 꿈꾸기도 한다(날으는 양탄자). 하지만 꿈은 꿈일   실은꿈과는다르다.그렇게꿈꾸기마저여의치않을때면그저건물옥상에저홀로쭈그리고앉아애꿎은담배만 피워대 보지만(옥상에서아무래도 삶은 무슨 천형처럼 버겁기만 하다(숙명). 그럼에도 여하튼 가끔씩 무등을 태워 놀아주는 아버지가(이랴아들의 눈엔 무슨 슈퍼맨 같다(슈퍼맨).

작가의 조각은 그렇게 슈퍼맨과 천형 사이를 오가는꿈과 현실 사이를 넘나드는 아버지들의 초상을 그려 보인다그런데 뭔가 예사롭지가 않다아버지는 온데간데없고 황소가 아버지를 대신한다아버지를 황소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그런데  황소일까태어나면서부터 죽어라고 일만 하다가 생을 마감하는 꼴이  아버지의  같다아니 면논팔고집팔고소를팔아자식새끼학교보내고장가보내고했던아버지에게소는어쩌면자식만큼이나아님 자식이상으로살가웠을존재일수도있다.또다른피붙이같다고나할까.그렇게소는아버지를닮았다.소를빌려 아버지의 삶을 이야기하고 보통사람들의 삶의 됨됨이를 이야기하는소는 말하자면 의인화된 소란 점에서 일종의 우화의 경우로  수가 있겠다소의 눈에 비친 인간일반의 존재론적 조건을 풀어낸다는 점에서 풍자와 해학의 경우 로볼수도있겠다.

풍자와 해학은 알다시피  속에 비판의 칼날을 숨기고 있는 웃음으로 나타나고이때의 비수가 한이다한을 웃음 으로 받아넘긴한을 웃음으로 껴안고 포용한그리고 종래에는  자체를 넘어선 차원이며 경지라고나 할까이런 풍자와 해학을 전달하기에 인간은 아무래도 무겁고 버겁다선입견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이에 비해 동물은 적어도 인간에 비해 순진무구하고더욱이 인간의 흉내를 내는 동물이라면  자체가 이미 웃음을 자아내기 마련이 아마도 작가는 바로 그런 점에 착안했을 것이고최소한 그러한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감지했을 것이다그렇게 작가의 조각은 사실주의와 현실주의 미학을 넘어 풍자와 해학의 경지로까지 확장되고 심화된다그렇게 인간을   소들의 정경 속에 아버지들의 일상이 녹아있고 보통사람들의 애환이 스며든다전작에서 보통사람들의 초상이며 일상을 다양한 형태와 서사로 풀어낸 이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고그런 만큼 변화 또한 자연스럽다말하자면 소재의 측면에서 다른 경우로  수도 있겠으나정작 이를 통해서 표현하고 전달하는 메시지며 서사는 일맥상통한 경우로  수가 있겠다.

작가는 유토로 황소를 만든 연후에 원형 그대로 건조시키거나이를  삼아 FRP 떠낸다유토는 점토에 비해  료의 조직이 세밀하고 점성이 좋은 편이어서 작가처럼 사실적이고 디테일이 살아있는 묘사며 조각을 위해선 그만이  싶다이렇게 만든 황소의 표면에 덧칠을  마감하는데흑연을 입히기도 하고 금색을 칠하기도 한다흑연 자체  내면적인 느낌과 함께 광물성 특유의 발광하는 성질로 인해 원형 그대로의 거친 맛을 간직한  단단한 인상을 준다아마도 삶의 현장에서 맞닥뜨릴 이런저런 상처의 계기들을 속으로 삭였을 아버지들의 내향성과 강인함을  상할 것이다그리고 금색은  와중에서도 현실을 견디게 해주고 건너가게   꿈을 상징할 것이다현실원칙과 꿈은 서로 배반하기 마련이고 결과는 언제나 현실원칙이 이기는 쪽이지만그래도 여하튼 꿈꾸기를 그만둘 수는   일이다아니 그래서 오히려  꿈을 꾸어야 하고삶은 꿈을 통해서나마 보상받아야 한다현실이며 현실원칙이 아닌 꿈으로 하여금 실존이 되게 해야 한다이와함께작가는근작에서고재즉한옥을허물때나온목재를도입하는데,황소로표상되는아버지의일상을지 지하는 배경화면 내지 밑그림의 역할을 도맡아 일종의 풍경조각으로 범주화할 만한 지평을 열어 보인다이를테면 길이며 다람쥐 쳇바퀴 그리고 버젓이 창문까지 나있는  높은 건물이 고재로 대체된다그리고 보다 결정적으론   고재만으로 황소를 만든다버티기라는 제목처럼 뒷다리에 힘을 집중한  온몸으로 버티고 있는 동세며 정황이 역력하고 생생하다그러나  역력하고 생생한 느낌이며 팽팽한 긴장감은 놀랍게도 사실적이고 세부적인 묘사를 통해서 얻어진 것이 아니다다만 고재 그대로의 원형을 간직하면서 원형 그대로를 이용해  맞추는 과정을 통해서 얻는다.빚어만들고깎아만든것이아니라짜맞춘것이며,인공의손길대신원형그대로를살리고이용한것이 .이처럼다만짜맞춘형태가생생한현실감을자아내는것.평소사실주의조각에서체득된해부학에대한속깊  이해가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묘사를 통한 사실주의 이후에 표현을 통해서도 사실에 이를  있음을  시해주고 있고이로써 사실주의 조각의 경계를 확장하고 심화시킨 경우로  수가 있겠다.

더불어 이렇듯 고재로 만든 황소에는 꽤나 의미심장한 의미마저 탑재돼 있다알다시피 고재는 집을 허물  나온 목재다.작가는그목재를이용해황소를만든다.그런데그황소는얼기설기짜맞춘구조가황소이면서또다른집 같다아마도 묘사가 아닌 구조적인 접근을 꾀한 결과일 것이다바로 이렇듯 황소이면서 집이기도  형태에 방점 이찍힌다.작가는말하자면집을허물어또다른집을지었다.집을허물어집을지었고,황소를지었고,아버지를 지었다무슨 말인가아버지는 집이고집을 통째로 지지하는 대들보다집은 몸이고정체성의 산실이고존재의  타포다몸에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나 몸이  성전()이라는 말은 바로 그런 의미일 것이다고재로 만든 황소에는 바로 이런 존재의 메타포가 깃들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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